[ SENIOR & ]Local Tour
아라가야의
숨결이 깃든 고장,
함안
2,000년 전 이곳에는 찬란한 문명의 꽃이 활짝
피었다.
기원 전후부터 500여 년간 한반도의
남쪽을다스린 아라가야의 도읍,
경남 함안이다.
우수한 토기 문화, 뛰어난 천문 관측 기술 등
고대를 빛낸 아라가야의 숨결을 함안에서
느껴보자.
Editor. 정상미, 김은아 Photo.<SRT 매거진>, 한경DB
말이산고분군 일대 전망이 한눈에 펼쳐지는 2, 3호분
1
우리나라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말이산고분군
경상남도 중남부에 자리한 함안은 일반 여행자에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곳이 지난 2023년 함안에 있는 말이산고분군을 비롯해 경남 지역의 7개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조용하던 찬란했던 가야 문화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말이산고분군은 총넓이 79만7282.5m로 규모가 가장 크고, 1세기부터 6세기까지 가야연맹의 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고분 군으로 평가받는다. 해발 40~70m의 구릉 능선에 자리한 말이산고분군은 남북으로 2km에 달하며, 현재 봉분이 확인된 184기 외에 봉분이 조성되지 않은 고분의 기수까지 포함하면 1,000여 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 13호분에서는 남두육성과 청룡 별자리 등 고대 동양의 별자리를 기록한 천장 덮개석이 발견됐다. 이는 아라가야가 천문 관측 기술과 항해술이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한편, 중국·고구려와 교류했다는 증거로 고대 동 아시아 국제사회의 정세를 짐작게 하는 증거가 된다. 그 외에도 고분 발굴 당시 함께 발견된 집·배 모양 도기, 사슴 모양 뿔잔 등 상형 도기 일체와 말갖춤· 말안장 등 철제 세품, 옥 목걸이 등 268점의 유물이 완전한 상태로 출토되어 당시 가야의 철제 문화가 얼마나 번성했는지 알 수 있다.
🝯 경남 함안군 가야읍 고분길 153-31
☎ 055-580-2561
무진정의 운치 있는 풍경
2
선비가 사랑한 운치
고려동유적지 & 무진정
함안은 지조 높은 이들이 사랑한 고장이다.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 이오 선생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함안군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는 산인면에 고려 유민의 거주지라는 뜻의 ‘고려동학’ 비석을 세우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충절을 지켰다. 그의 유언에 따라 후손들 역시 19대 600여 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이곳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생활하고 있다. 유적지 입구에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600년 전 심은 배롱나무가 선비의 절개를 증언하듯 서 있다. 조선 시대의 선비 무진 조삼 선생 또한 함안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조정에서 요직을 거친 그는 자신의 호를 딴 무진정을 짓고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 작은 못과 정자로 이뤄진 공간이 소박하지만, 이곳을 둘러싼 수목이 사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빛난다. 무진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년 4~5월에 열리는 낙화놀이다. 2008년 경상남도 무형 유산으로 지정된 함안 낙화놀이는 한지 안에 숯가루와 광목 심지를 넣어 불을 붙이는 전통적 세시 놀이로, 어두운 밤 연못 위로 떨어지는 화려한 불꽃들의 장관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낙화놀이는 낙화놀이보존회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해야만 관람할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려동유적지
🝯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2길 53
☎ 055-580-2555
무진정
🝯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4길 25
☎ 055-580-2551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올해는 5월에 열리는 무진정 낙화놀이
이오 선생의 고려에 대한 충절을 느낄 수 있는 고려동
유적지
수령 600년이 넘은 배롱나무가 이오 선생의 정절을
증언하는 듯하다.
3
조선 후기 정원 문화의 진수
무기연당
조선 시대 선비의 발자취를 더 좇고자 한다면 무기연당으로 향해보자. 무진정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주씨 가문의 종가 ‘무기리 주 씨 고가’가 자리한다. 주세붕 선생의 방 손인 주재성의 업적을 기리고자 1700년대에 조성한 곳이다. 솟을대문을 지나 한서문에 이르면 선비가 두고두고 사랑했을 아름다운 연못이 나타난다. 조선 후기 정원 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무기연당이다. 길이 20m, 폭 12.5m 규모의 정방형 연못은 둘레에 2단 석축을 쌓았고, 못 한가운데 신선의 세계를 상징하는 봉래산을 만들었다. 정자 하환 정에는 햇살 드리운 물그림자가 흐르고, 바람에 몸을 씻는 곳을 뜻하는 누각 풍욕루가 노송 앞에 어우러진다. 주세붕 선생의 영정과 유품을 모신 무산사가 무기연당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으니 함께 들러봐도 뜻깊을 것이다.
🝯 경남 함안군 칠원읍 무기리
☎ 055-580-2301
4
고려 시대 연꽃 모습 그대로
함안 연꽃테마파크
2009년 성산산성에서 특별한 씨앗이 출토되었다. 바로 700여 년 전 고려 시대의 연꽃씨가 발굴된 것. 더욱 놀라운 것은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2010년 다시 한번 꽃을 피운 것이다. 함안군은 연꽃의 부활을 기념해 이름을 짓고 공원을 조성했는데, 함안 연꽃테마파크다. 옛 가야 지구의 천연 늪지를 활용해 만든 자연 친화적 테마 공원으로, 고려 시대 탱화에 등장하는 연꽃과 똑 닮은 아라연꽃을 볼 수 있다. 공원에서는 연꽃테마파크 이름답게 아라연꽃 외에 홍련·백련·수련·가시연 등 5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이 자라고 있으며, 연꽃의 개화 시기인 7~8월에 가면 연못을 뒤덮은 연꽃의 장관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 경남 함안군 가야읍 왕궁1길 38-20
☎ 055-580-4595
5
노을빛에 사로잡히다
악양둑방
악양둑방은 함안의 매력적이고 고즈넉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왕복 6.5km의 악양둑방 길은 전국에서 가장 긴 제방 길로 계절별로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꽃양귀비·안개꽃 등 앙증맞은 봄꽃을, 가을엔 코스모스와 메밀꽃·댑싸리 등이 피어나며, 둑방길과 맞닿은 악양생태 공원에서는 4,611m 면적에 만개한 핑크뮬리가 분홍빛 물결을 이루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해 질 녘에 방문한다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듯 저 멀리 펼쳐지는 산세와 유유히 흐르는 남강, 둥그스름한 고분, 그리고 드넓은 논밭이 온통 붉게 물드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 풍경이 함안2경에 꼽힌다고 하니 감상해 보자.
🝯 경남 함안군 법수면 윤외리 73-4